취미는 나를 향해 있지만, 일은 남을 향해 있다. 남을 위해 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이 무엇을 원하는지 레이더를 예민하게 작동시킬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소위 '눈치 빠르다' 라는 말로 뭉뚱그려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를, 한 사람이 일에 있어서 가지는 이 일머리를 저자는 '감각(Sense)'라고 일컫는다.
더이상 필요한 것을 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비자는 '원하는 것'을 찾는다. 게다가 고도의 기술 발달과 빅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추천 덕분에 이 '찾는 행위'조차 이전만큼 부지런히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도래했다.
이렇듯 잉여 공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직장인들이 남을 향하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욕망이 있는지를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책에서 버튼이 65개나 되는 리모컨의 실패 사례가 인상깊었다.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송길영 박사의 <그냥 하지 말라>에서도 읽었기 때문에 약간의 데쟈뷰도 느꼈다. 결국 두 책 모두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은 더이상 기능만 보고 재화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구매를 하는 행위에 있어 그 과정과 구매한 제품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경험적 가치 문화적 가치가 더 중요한 때이다.
문제는 이 '감각'이라는 영역이 정량화 하기 어려운 데 있다. 책 안에서도 꽤 많은 양을 '감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할애하고 있지만, 그래서 그 감각을 어떻게 기르면 되는지 또 어떻게 그 감각의 역량을 측정하면 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회적 역할, 동기 등 '감각이 있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고 그런 사람이 역량이 있다' 라고 논지를 펼칠 만한 몇몇 요소들은 있지만, 이 몇가지 요소가 감각의 전부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면 매분기 마다 해당 분기에 어떤 일에 주력할 것인지 내부적으로 고민한 후 윗선에 제안을 해야하는 일들이 생긴다. OKR기반의 이 '자율성'이 어떤 면에서는 자유롭고 내적 동기를 부여한다는 의미에서 좋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에서 내리는 지시를 받아 해결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비교적 수직적이고 대규모 구조의 조직문화와 다르기에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또 하나 부여받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 책에서도 직급이 올라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서 나아가 문제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편, 송길영 박사가 일 하는 것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쉬우면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다. 문제가 어려우니까 내가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언급했었는데, 이 말이 '문제를 만드는 역할'에서 겪는 고충을 위로해주는 것 같아서 꽤 마음에 들었었다.
<그냥 하지 말라> 와 <일을 잘한다는 것>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같다. 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을 지나면서 일의 형태가 다양화 되고 이로 인해 일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그렇다면 본질적인 관점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를 고민한 대답이다.
'생각하고 해라', '손과 발만 열심히 움직이는, 파편화된 실행만 있는 일을 하지 말라', '구조적으로 생각하고, 무엇인 언제 어떤 중요도로 쓰임이 있는지 고려하며 행동해라', '데이터만으로 쉽게 해석하지 말고 그것을 만든 고객들을 잘 관찰 하라'.
이 메세지들이 내가 책을 읽고 그들로부터 전달 받은 조언이다.
(<컨테이저스>나 <스틱>처럼 사례가 너무 많거나 <일을 잘한다는 것> 과 같이 대화체 형식의 경제 경영 도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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