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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책

[아티스트웨이] 3주차 : 힘을 회복한다

by 여심지기 2023. 4. 8.

어쩜 이번 주제는 지금 나의 상황과 딱 들어 맞는다. 이번 주는 감정적으로 침체된 한 주였다. 이 감정의 원인을 호르몬 탓으로 돌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지긴 했지만, 한 달에 한 번 일주일 동안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다. 몸을 움직이고, 외모에 투자하고, 명상을 해봐도 몸과 마음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있다. 음울한 감정을  누군가에게 공유하면 기분이 좋아질까 싶지만 대부분의 경우 타인에게 쏟아붓고 뒤돌아서면 나 자신을 내면의 늪에 더욱 깊게 빠져들게 만든다.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도서관에 가면 무조건 꽉차게 다섯 권 책을 빌리고, 신문 기사라도 읽다가 궁금한 단어가 생기면 바로 폰을 들어 검색해보는 나의 일련의 습관들은 어떻게든 다양한 외부 자극에 노출되려 하는 나의 지식에 향한 마르지 않는 갈증이자 세상에 뒤쳐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나의 이 무작위한 춤이 때때로 나를 지치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지금이 그렇다.

도서관에서 인지심리학자 비고츠키의 이론을 다룬 책을 빌렸다. 목차를 주욱 훑어보다 언어와 발달 영역에 관한 부분을 펼쳐 읽는데 카를 융의 '동시성'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이번주 <아티스트웨이> 내용에 '간절히 바라면 신이 이루어 준다' 라는 맥락에서 동시성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지금 우연히 '동시성' 이론을 다룬 책 두 권을 동시에 읽고 있는 동시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나는 카를 융의 '동시성'을 강하게 믿는다. 언젠가 나에게 주어질 우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새소식을 읽고, 새로운 배우를 덕질하고, 새로운 음악을 듣고, 새로운 드라마를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부작용은 무언가 한 장르나 분야에 깊게 전문가의 수준에 다다르지 못한다. 고 생각한다. 사실은 그냥 끈기가 없는 것일 수도.

> 오랫동안 몰래 글을 써온 한 사업가가 전문작가에게 찾아가 자신의 글을 봐달라고 부탁하리라 결심한다. 다음날 밤 당구장에서 우연히 작가 한 사람을 만난다. 그 작가는 처음엔 그의 스승이 되고 나중엔 그와 공동작업으로 몇 권의 책을 집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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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견 운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단정지을수도 있겠지만 텍스트에 쓰여지지 않은, 보이지 않는 그의 과거에는 엄청난 땀과 노력이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만 보아도 그렇다. 그는 자신의 루틴을 유지하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매일 일정 시간 글을 쓰고 매일 두 시간동안 운동을 한다. 내가 바라는 청새치가 내가 원할 때 운명처럼 잡히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은 씨줄과 날줄을 만들어 크고 단단한 그물을 만들어 두는 데 힘쓰는 사람들. 그러고 보면 노인도 쓰여지지 않은 소설에서 열심히 배를 수리하고 언젠가 만날 대어를 기다리며 매일 매일 자신을 단련했을 것이다.

> 멋진 일주일이 지나면 종종 침체된 일주일이 그 뒤를 잇기도 한다. 모닝페이지가 쓸데없는 짓처럼 여겨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모닝 페이지를 쓰는 것이 피곤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계속하다 보면, 모닝 페이지를 쓰는 시간이 오히려 휴식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아주 중요하다. 마라톤 선수들은 마지막 1마일을 위해 10마일은 천천히 달려야 한다.  창조성도 마찬가지이다.
>

책에서는 말한다. 사소하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자신을 배려하라고.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먹을 것은 잘 있는지, 양말은 충분히 있는지, 새로산 화초는 어떤지 말이다. 자신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임으로써 자신을 보살피고 이를 통해 더욱 생산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좋은 친구를 곁에 두라고 조언한다. 무엇인가를 해낼 수 있는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으로 나를 대하는 사람을 친구로 삼는 것은 창조성을 회복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이다.

노트에 원을 크게 하나 그려본다. 그리고 원 안에 나의 사람들을 적어본다. 쉽게 써지는 이름이 있는가 하면, 잠시 필기를 멈추고 골똘히 생각해보는 사람도 있다. 원 밖에도 사람들을 적어본다. 이름 세자를 다 적기에는 무언가 마음이 불편하므로 이니셜로 적어본다. 그리고 어느정도 적었다 싶으면 허리를 펴고 원 안과 밖의 사람들을 멀찌감치서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나도 이 사람들의 원 안에 들어가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언젠가 다가올 동시성의 사건을 기다리며, 지금 잠시 우울한 나는 휴식을 취하고 힘을 회복해야지.


*2021년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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